감味로운 트렌드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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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를 바꾼 지구온난화, 입맛도 식탁도 달라진다

지난 추석 백화점과 온라인 쇼핑몰에는 과거 상상하기 힘들었던 풍경이 펼쳐졌다. 이른바 열대과일 선물세트가 인기를 끈 것이다. 유통업계에서는 애플망고, 패션프루트, 서양배 등을 앞다퉈 고급 선물세트로 출시했다. 이 열대과일들은 죄다 국내산. 국내에서 재배한 농산물이다. 역설적이지만 지구온난화의 '선물(?)'이다.

글 이우석(스포츠서울 기자)

한반도 열대과일・채소 재배지는 북상 중

지구온난화는 환경과 생활에서 수많은 변화를 불러 일으키고 있다. 영국의 과학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온난화가 농업 생산성에도 크게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물의 재배환경 변화와 홍수등 재해로 인해 농민들이 특히 어려움을 겪는다는 것이다. 한반도 역시 지구온난화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국내 6개 지점(강릉, 서울, 인천, 대구, 부산, 목포)의 측정결과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평균기온 1.7℃가 상승했고 강수량은 19%나 증가했다. 제주 지역 해수면은 44년간 무려 22㎝ 상승했다. 세계 평균을 상회하는 수치다. 이러한 변화 중 국내에선 애초 재배 시도 자체가 불가능해 보였던 열대과일 및 채소의 국내 생산이 가능해진 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아열대 기후와 가까운 제 주를 비롯해 경남, 전남, 경북 등 위도상 남쪽 지역은 물론, 최근에는 수도권 인근까지 재배지역이 올라왔다. 반면 토산 과일과 채소는 재배지역이 끊임없이 북상중이다. 한때 대구 지역 명물로 꼽혔던 사과의 경우현재 강원도 화천, 홍천, 영월, 태백까지 재배지역이 북상했다. 열대과일이 토종 과일을 남쪽에서부터 밀어내며 올라오고 있는 형국이다.

프리미엄 시장 확대로 열대과일 시장 성장

열대과일 재배로 인해 농가 소득은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과수 농가들은 패션프루트, 망고, 구아바, 용과, 파인애플, 파파야, 파인애플, 아보카도 등을 재배하며 새로운 소비 시장을 열고 있다. 소비량도 늘었다. 디저트와 주스, 에이드에 적합한 열대과일 수요가 증가하며, 열대과일은 지난 2017년 기준 1인당 소비량 23.4㎏을 기록하며 정점에 달했다. 경쟁력도 높다. 수입산 과일은 검역 및 방부 처리를 해야 하지만 국산은 그럴 필요가 없어 소비자 선호도가 높은 편이다. 농약과 방부제를 쓰지 않는 국산 바나나는 수입산의 2배 이상 고가로 팔린다. 호텔가의 빙수등 디저트에도 멜론, 망고, 샤인머스켓 등에 대해 '국산명함'을 앞세우고 있다. 지난 여름 특급호텔가에선 '국산 애플망고 빙수'를 내세워 수입과일 빙수와 차별화하 는 데 안간힘을 썼다. 칵테일과 주스에 사용하는 라임과 칼라만시 역시 소량이지만 국내 생산에 성공해 판매 중이다. 그동안 주류에 사용하는 라임은 대부분 수입산으로 매우 고가에 유통되는 바람에 바에선 라임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레몬을 대체재로 사용해 왔다. 이처럼 재배 비용이 비싸다는 단점에도 프리미엄 시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에 따라 농가들은 (아)열대과일의 성장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국산 공심채, 오크라… 식탁에 오르다

채소류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2000~2015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전국 채소류 재배면적이 연평균 3.5% 감소했지만 서양채소 재배면적은 오히려 6.5% 늘었다고 한다. 이중 아열대 작물 재배가 크게 늘었다. 재배지역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주요 소비지역인 서울 수도권 인근까지 치고 올라왔다. 재배 환경과 기술이 발전한데다, 엽채류의 경우 쉽게 시들기 때문에 소비 지역과 가까운 지역에서 재배해야 품질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아스파라거스와 초당옥수수, 공심채, 오크라, 샬롯 등 낯선 외래종 및 아열대 작물이 식탁에 오르고 있다. 삶지 않고 그대로 먹어도 아삭하고 달콤한 초당옥수수는 최근 몇 년째 제주와 전남 등지에서 재배 면적을 점점 확장해가고 있다. 모닝글로리로 불리는 공심채는 태국과 베트남 음식점의 수요가 크게 늘면서 인기 채소류가 됐다. 단면이 별 모양이라 샐러드 장식이나 일식요리에 주로 쓰는 오크라 역시 인기가 높은 작물이다. 특히 한국인이 좋아하는 고추와 모양이 비슷해 거부감 없이 식탁에 진입 중인 채소다. 미니 양파로 불리는 샬롯 역시 '잘 나가는' 아열대 작물이다. 피클로 절이거나 샐러드에 넣는 샬롯은 단맛이 강하고 퀘르세틴, 알리신 등 영양 성분을 많이 함유했다고 알려져 양식당 및 채식 레스토랑에서 주문이 많다. 열대 과채류 농업의 성장은 이미 대한민국 국민들의 삶속에 새로운 식생활이 시작됐음을 의미하는지도 모른다. 머지않아 그린파파야로 동치미를 담글 날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세상은 바뀌고 그에 따라 음식도, 입맛도 바뀔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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